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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토요일, 바로 오늘 지유랑 뭐를 할지 몇일 동안 고민 했었다.

평상시 같으면 고민 안하고 밖으로 나갔을 텐데, 이번주는 너무 추워서 밖으로 나가기가 좀 꺼려 졌다.

수요일 부터인가? 그 때 부터 고민을 했는데, 우리 회사에 안쓰는 골판지 박스가 많이 있었다.

그걸 활용 해서 골판지 집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을 아내에게 말했는데 아내는 싫어 했다.

싫어 할만 한게, 집도 쫍아 죽겠는데 그걸 어디다 두겠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포기 하고 있다가 목요일, 금요일 지나도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진행 하기로 했다.

팀장님께 안쓰는 골판지 박스를 써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 금요일 저녁 퇴근 할 때 큰 골판지 박스를 6개 챙겼다.

그날도 추웠어서 들고오는데 손시려 죽는 줄 알았다.

지하철에도 사람이 많아 너무 힘들었다.

골판지 박스를 들고 현관 문을 열었는데 아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반겨 줬다.

나는 허겁 지겁 왜 가지고 왔는지와 뒷 정리도 내가 다 할 꺼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

박스를 본 지유는 이게 뭐야 라며 기웃 거렸다(생후 27개월임)

나는 지유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내일 아빠가 박스로 집 만들어 줄거라고.

이말을 들은 지유는 진짜 라며 좋아 했다. 내일 할 거라고 저리가라고 해도 계속 기웃 거렸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아침 5시에 일어났다.

골판지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렘과 긴장감 때문은 아니었다.

어제 너무 일찍 자서 일찍 일어 나 졌을 뿐이다. 토요일 만이라도 늦 잠을 자고 싶은데 우리집은 지유가 7시 30분 쯤에 항상 깨어 늦잠을 자기 힘들다.

지유가 깨기 전까지 컴퓨터를 하다 지유가 깨고 다 같이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본격적인 집만들기를 시작 하였다.

박스 테이프와, 커터칼, 큰 가위를 챙겼다.

먼저 커터칼과 가위로 필요 없는 부분을 자르고, 집만들기 좋도록 재단을 했다.

옆에서 지유가 신기하고 설래는 느낌으로 왔다 갔다 하고 박스에 앉기도 해서 만들기가 힘들었다.

넓고 큰 박스의 면을 테이프로 이어 붙여 벽을 새웠다.

벽을 세우고, 지유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만들어 줬다.

문 손잡이도 만들어 문 앞뒤로 붙여 줬다.

지유는 이미 벽안으로 들어가 있었고 기분 좋아 했다.

그리고 창문도 하나 만들어 주었다.

박스가 강한 박스가 아니라 벌써 찌그러 지기 시작했다.

벽과 문, 창문은 만들었고, 지붕없는 집에 지유가 들어가 놀고 있었다.

위에서 보면 다보였다.

이제 지붕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하였다.

그냥 덮자니 지유가 벽보다 키가커서 일어 설수가 없고 너무 답답 할 것 같았다.

벽에 남은 박스로 돌출 부를 만들어 지붕을 버틸 수있게 만들었다.

지붕을 얹었다. 지붕까지 얹고 보니 허접하지만 그런대로 봐줄 만했다.

다만들고 나니 10시 10분 쯤되었다.

생각 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놀랬다... 남은 시간은 어떻게 놀아 줘야 할까.

지유는 너무 신나 있었다. 문을 열고 닫고 창문을 열고 닫고 하면서 까꿍 놀이도 하고,

집안에 인형과 베게을 가지고 들어가 놀기도하고 자는 척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너무 격하게 놀다보니 집이 성치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로 끝날 것 같았다.

그리고 박스를 자르다보니 날카로운 부분이 있어 테이프로 마감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글혔다. 피가 나고 그런건 아니지만 자국이 남았다.

그걸 보는데 별건 아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유 집은 내일 폐지 아저씨에게 드려야 겠다.

지유의 골판지 집은 오늘로 끝났지만 지유가 기억 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서 그때 다시 제대로 만들어 주고 싶다.

지유야 사랑하고 너무 고맙다.

잘자 지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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